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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2-28 18:24
여성이 책임질 과거가 어디에 있다고
 글쓴이 : 선구자
조회 : 1,981  
2000년의 토론인가 -그때 난리가 난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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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책임질 과거가 어디에 있다고

      장정임 (살류쥬 고문, 김해여성복지회관장)


아이러니-아이러니 (중략)
 그런데 민주화운동 보상심의 위원회의 전교조운동 민주화 인정이란 결정에 대해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을 주는 위험한 발상"이라거나 "당시 법의 테두리 안에 있었던 많은 교사들의 사기가 위축될 것"등이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교총의 가시 돋친 공격을 보면서 정말 역사청산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지난 잘못을 모두 들추어낸다면 그들은 뭐라고 할까? 이런 내가 동인들에게까지 너무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독재자 박정희 딸 박근혜의 지지론을 써야 한다니 얼마나 기막힌 아이러니인지 모르겠다.
 내겐 " 멸종위기의 여성 대통령 후보를 구하라 " 는 생각이 여성자원이 희박한 현실에 내려지는 신탁처럼 들린다. 이런 열망들이 한 무녀의 입을 통해 여성대통령 당선까지 예언되기도 한다.
 가부장제와 유교로 정신무장을 하고 살았던 대한민국에서 여성대통령이란 여성들에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 유행가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A라는 사람도 사랑하고 B라는 사람도 사랑했지만 모두가 똑같더라, 그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
 내 경험이 그렇다. 거칠게 말하면 민노당사람도 민주당 사람도 한나라당 사람도 모두 그게 그거였다. 이제 우리나라 정당은 내세우는 정강정책만 다를 뿐 행동은 그리 변별력이 없다. 이제 당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백인위의 문제제기에 대한 대처방식, 밥꽃양 아줌마들에 대한 진보진영의 태도는 진보적이었던가? 한때 진보였던 김문수 이재오 이부영의 행동은 수구보다 더 수구스럽고 수구정권이라 욕하는 디제이가 대북관계나 민주화 인정 등의 면에선 훨씬 진보적이다. 또한 아무리 진보적인 남성이라도 남성은 남성집단에 쉽게 복무할 뿐이다. 그러니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모두 나쁘거나 모두 좋은 것은 없다. 영원한 것도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 나는 "네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의 동물농장 동물강령 같은 것도 믿지 않는다. 나를 핍박하던 자들도 나처럼 어떤 때는 진보적이고 어떤 때는 보수적이며 어디선가는 따뜻하고 어디선가는 냉정했다. 그러니 미리 진보니 수구니 선을 긋기보다 사안별로 연대하고 사업의 목적에 따라 함께 가는 것이 낫다.

 진보진영은 지금까지 민주화를 위해, 혹은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여성은 인내하라고 해왔고 그 말은 마치 '교회의 여성은 침묵하라 '는 말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진보진영 남성들에 의해 여성운동은 보다 힘든 운동을 피하는 가벼운 운동처럼 폄하되어 왔다. 여성을 평등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진보진영 남성들의 평등비전은 <하나님은 모든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말처럼 공허하다. 어떤 진보남성이나 집단이 여성들의 여망을 관철시켜 왔는가? 그저 들러리 역할 밖에 준 적이 없는데도 왜 일편단심 그들에 대한 짝사랑을 해야 하는가? 여성은 언제까지 우선해고와 시다바리 노릇과 절반임금과 양념장관으로 꽃으로 기약 없는 백댄서 노릇에 세월을 보낼 것인가?

 그래서 이제 우리는 성적 정체성에 기초한 투표를 해보자는 것이다. 김정란은 "여성주의가 한 사람의 정치인이 한 사회 안에서 어떤 가치를 대변하는가에 대한 고뇌 없이 이렇듯 생물학적이고 물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여성주의는 힘들게 빠져나온 생물학적 환원론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남성들은 여전히 생물학적 환원론 속에 있다. 그들이 가진 권력을 나눠 가져오기 위해서 잠시 환원론으로 싸운들 무슨 잘못인가? 달리 무슨 방법이 있는가? 징검다리를 못 만드는 여성들이 어떻게 다리를 놓겠는가? 이런 우리들의 토론에 '노력하는 마초'라는 김규항까지 짜증을 내며 펄쩍 뛴다. 최보은 보고 도발전문가라며 이죽거리는 것도 재미있게 글을 쓰려는 그의 수사법의 하나겠지만 내게는 왠지 페미니즘 자체가 도발적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박근혜활용론이 도발적으로 들릴 만큼 웃기는 날라리 발상이라는 것이다. 아예 논쟁의 취급 밖이다.
 노력하는 마초가 이럴 진데 보통 마초들은 어떠하겠나.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사회적 억압인 성적 억압을 ‘남성 일반과의 문제’로 만드는 데 열중' 하며 건강한 싸움보다 나른한 카타르시스에 익숙한 채 남근주의를 넘어서기는커녕 흉내낸다" 박근혜 활용론이 남근주의의 흉내라는 것이다. 그의 말투는 마치 어른이 어린이을 나무라는 것 같다.
 건강한 싸움은 뭔가? 포용과 화합이라는 여성적 가치로 선거에 임하라? 그래서 다소곳이 남성들의 온갖 시다바리를 하며 늘 거기에 있어라? 왜 남성들은 건강한 싸움을 안 하는데 별로 문제삼지 않지? 그리고 성적 억압이 남성 일반의 문제가 아닌 적이 있었나? 또 우리가 하는 것은 카타르시스고 자신들이 하는 것은 진지한 문제제기인가?
 그의 한마디에도 한꺼번에 여러 개의 질문이 터진다. 그는 그만큼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서 우리나라 지식인의 표준 여성인식을 본다 .
 남근주의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권력을 잡는 방법을 체화 하고 있고 여성주의는 그런 남성적 방법들을 비판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의 그늘에는 늘 '죽어야 산다'는 에코페미니즘적인 함정이 있다. 그런데 권력의 속성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포기한 자의 싸움에서 주도권은 언제나 남성이 쥐게 된다.
  여성이 박칙왕들과 함께 살면서 그런 아름다운 원칙만 지켜야 한다면 이미 여성은 여신이란 이름의 노예인 것이다.  *웃는 듯 우는 듯 고요한 모나리자 같은 미소로 희생을 거느린 여신이 되라는 것이 건강한 여성주의인가? 여성주의가 이상세계의 여신을 지향하는 것인가? 현실의 평등과 자유와 존엄을 지향하는 것인가?
 나는 말로만 떠받들어지는 여신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사회를 기획하는 권리를 가진 인간이 되고 싶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여성이 정치의 주류화를 이루려면 이 천민 진보남성과 결별하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박근혜면 어떻고 누구면 어떤가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여성이 헛된 싸움에 세월을 보내는 사이에 보수남성과 진보남성의 대결사이에 케스팅보드를 쥐고 여성의 이익, 평화와 감성과 평등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주역이 되는 여성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여성에게는 고분고분 여성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을 게 뻔한 남성들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혁명이 필요하며 혁명을 위해 남성들이 수천년 닦아온 권력쟁취의 방법을 연구하고 그보다 우월하게 써먹는 전략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전쟁상황에서 내세울 장수로 누구누구 가릴 여유가 여성에겐 없다. 여성이면 된다. 선거판의 여성시장이 커져야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여성이 많아진다. 박근혜 활용론은 그러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현실적 가치로 보아 선거를 위해 준비된 자산이 박근혜가 어느 여성보다 낫다는 말이다. 그런 박근혜를 활용하는 것이 여성에게 이익인지 아닌지 우선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었다 . 그러나 대다수 진보진영 여성들은 너무도 단호하게 박근혜 활용론을 거부하거나 불편해 했다.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유선형은 “박근혜의 대권 도전은 너무나 가부장적이고 남근주의적 질서를 교묘히 재생산하는, 그러면서 이 땅의 여성들과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잠시 혼돈에 빠뜨리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라며 박근혜를 남근주의적 질서 재생산자로 보았고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조현옥은 박근혜가 아버지의 후광을 떨쳐버리고 독립적 존재로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했느냐"고 질문함으로써 박근혜를 독립적 존재로서 별로 한 일이 없는 비주체적인 존재로 규정해버렸다. 시인 김정란은 박근혜를 인정하는 것은, 박정희를 완전히 복권시키는 일이며, 그것은 수십 년에 걸친 고통스러운 민주화의 역사적 의미를 완전히 무로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고 어떤 여성시인은 이미 진보진영에서 말이 나왔다가 폐기된 논쟁에 무슨 할말이 있느냐며 서둘러 말을 잘랐으며 대다수 여성단체들은 입장표명을 꺼렸다. 일부 여성 정치학자들조차 “정치적인 입장을 나타냈을 때 불러오게 될 파장을 감당할 수가 없다”며 박근혜 논쟁에 대한 의견 표명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 논쟁에서 여성단체나 여성학자들의 침묵은 '하얀 풍선에 닿는 하이얀 바늘의 살육( 김승희 시)처럼 고요히 여성대통령후보 논쟁의 김을 빼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여성문제를 업으로 사는 사람들조차 어떻게 그처럼 여성 대통령 만들기에 무관심할까? 그들이 대안을 생각해 보았다면 그들이 진정으로 여성의 정치적 주류화를 원했다면 여성의 현실이란 인식공간에 갇혀 말로만 습관처럼 할당제 ,할당제 딸꾹딸꾹 외쳐대는 구름 잡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말하고 시도하며 좀더 구체적으로 행동하고 실현시키는 꿈을 피력했을 것이다. 노사모는 그들의 열정만으로 노무현을 대통령 후보로 밀어 올렸다. 얼마 전까지 꿈도 못 꾸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은 여성을 밀어 대통령 후보로 만들 수는 없을까? 뭐 이렇게 말하면 진지하지 못하다고 욕먹을 게 뻔하지만 만약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여 여연과 여협이 연대를 하고 최보은 김선주 엄앵란 백지연 고은광순 등이 대변인이 되고 기업주의 부인들을 자금동원책으로 하고 여성문화기획, 명필름 등이 선전기획을 하고 이경실 방실이 김미화 정덕희 ,오한숙희 , 아내 사랑하는 최수종 차인표 채시라 남편까지 나서서 선전을 하고 보수건 진보건 상관없이 여성이란 이름으로 온갖 기라성 같은 여성운동가 학자 사업가 연예인 등이 나서서 선거를 기획하고 진행시켜 간다면 ,그래서 이참에 장관도 여성으로 확 바꾸어내고 양념으로 김근태나 노무현이나 좀 끼워 넣는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될까? 여성들의 2천년 묵은 한이 풀릴 신나는 일이 될 것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으로 준비된 사람 과거는 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자료로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박근혜같은 인물은 그 아버지의 영향력이 너무도 강하여 그의 부활이 독재의 부활이라는 상징으로도 읽혀질 위험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말함에 있어 너무 박정희와 깊이 연관 짓는 것도 그의 독자적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반인권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누구이건 그의 아버지나 가족 때문에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재자 친일파의 딸이 곧 독재자나 친일파는 아니다. 삼족을 멸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박정희와 박근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박정희가 떠오른다고 해도 박근혜는 박근혜로서 누려야할 인간적인 권리가 있다.
 또 누군가는 박근혜가 여성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보기엔 박근혜는 여성이란 생물학적 성으로 태어나 억울한 여성 체험만으로도 여성자격이 충분하다. 일찍 부모를 잃고, 마약이나 하며 요양원을 들락거리는 철없고 못난 동생을 보호하며 집안을 지키고 ,한나라당 부총재라는 이름을 달아도 경선조차 방해받으며 살아온 그녀의 체험만으로 그녀는 충분히 여성이다.
 수많은 남성 후보들에게는 그처럼 엄정한 잣대를 내놓지 않으면서 여성 박근혜에게만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은 여성순결론의 변형이 아닌가? 박근혜는 사랑 받는 한나라당 부총재란 따뜻한 온실을 뛰쳐나와 신당을 창당했다. 그가 아니라면 그런 용기와 실천력을 갖춘 여성이 우리 곁에 있는지 묻고 싶다. 비록 그 곁에 포진한 인사들의 면면이 우리의 희망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단체들이 그를 도와주지 않는데 대해 안타깝다. 여성연대가 이루어지고 그를 돕기로 결정만 한다면 그 곁을 지키는 나이 지긋한 남성 대신에 젊은 여성 피가 수혈될 것이고 여성각료의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지 기자에게 '아시아의 공화당원'같이 보였다는 박근혜의원은 중앙일보의 대선 주자 2차 성향조사에서 이념지수가 5,7로 중도보수로 나와 있다. 그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호주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보는 여성이다. 외교적 매너와 외국어 실력에 대사들이 좋은 점수를 주는 여성이며 4년간 의정활동 속에서 입법발의안은 없지만 1998년 7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중 개정법률안을 시작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중개정법률안 등 30여 건에서 공동발의자로 참여했으며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경실련에서 조사한 99년 의정활동 평가에서도 보궐선거로 중간에 들어온 의원인데도 87위였다.
 해마다 경향신문이 실시해온 ‘피감기관 설문조사’는 국감 현장을 직접 지켜본 피감기관 직원들이 매긴 국감 성적표로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 상임위 중 상원이라 불리는 통외통위에서 최우수의원이 되기도 했다.
 그는 또 10여년간 침거하며 6권의 수필을 쓴 수필가이기도 하다. 전여옥은 박근혜가 지금까지 말 실수를 전혀 안 했다며 그가 여성 정치인들에게 결여되었던 냉정함, 냉혹함, 철저한 계산이 몸에 밴 정치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수많은 일정을 수행하고 밤 12시나 1시에 잠자리에 들며 10대부터 청와대에서 살았고 무려 5년의 기간을 퍼스트 레이디로 권력의 핵심에 있었기에 대기업의 기조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전 대한민국을 꿰뚫어보는 ‘최고의 정치 학습기간 5년’을 보낸 여성이라는 평가다.
 이정도만 보아도 그가 누구 못지 않게 준비된 의원이며 어떤 여성의원 못지않은 역량을 가진 여성으로 보인다. 정치학자 조기숙도 박근혜의 정치 역량을 인정하면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여성을 대표한다든가 여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성의 모습을 한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여성의식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했다지 않은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 수장이 나오면 여성 각료가 급증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그가 수장이 된다면 그의 여성이란 모습자체만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여성각료도 단시일 내에 많아질 것이나. 그것은 남성진보주의자 누가 수장이 되어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는 한국미래연합을 출범시켰다. 그의 비전은 부정부패가 없으며 중앙당을 대폭 축소하고, 투명한 정당운영으로 국민참여를 보장하며, 쾌적한 자연환경보존, 남북이 평화공존, 지역갈등해소, 사회적 소외자를 참여시키는 창조적 평등. 미래의 1등 국가이다. 그가 만들고싶은 국가는 시장경제체제를 제하고는 진보주의자들 비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정책에서 그는 오히려 현 민주당 정권에 훨씬 가깝다. 그 측근은 그가 외교문제에서 ‘아마추어리즘’에 빠져 실수를 연발하는 현 정권의 외교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를 거라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그는 보수지만 합리적이다. 그리고 유연하다. 흔히들 그가 대처 같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상당한 유연성을 갖춘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여성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담기는 그릇에 따라 현명하게 적응하는 사람으로 보며 여성들이 좋은 그릇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민노당 기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우먼 타임즈의 박이은경 편집장도 그가 결코 대처와는 다르게 느꼈다고 말한다.
 누구 없소? 그동안 여성계의 정치에 대한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었다. 말로는 여성할당제를 줄기차게 외쳐왔지만 정작 정치부분에서는 진보니 보수니 차 떼고 포 떼며 구분과 편가르기에만 급급했지 실질적으로 여성후보를 내거나 지원하지 못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에도 여성후보들은 법이 인정하고 당이 약속한 여성할당의 몫조차 챙기지 못했다. 여성들은 지자체 선거 경선에 줄줄이 고배를 마셨고 아예 경선을 포기한 어떤 여성 후보는 당내 인맥이나 돈과 조직으로 움직이는 선거판이라 돈과 조직의 열세 속에서도 2개월여 동안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고백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여성진보진영의 높은 이상과 올곧은(?) 바램에도 불구하고 여성대통령은커녕 지역의원 진출조차 쉽지 않고 그나마 여성대통령 후보로 떠오르는 사람은 박정희의 유산을 가진 보수적인 여성 박근혜 밖에 없다 .
 나는 여성의 성적 정체성으로 사회에서 부대끼며 살아본 경험이 있는 자라면 박정희의 딸이건 이완용의 딸이건 혹은 어떤 진보남성보다 여성적 체험을 가진 보수여성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미 세습된 권력의 맛을 충분히 보고 부패해버린 남성집단에겐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중의 아들로 이어지는 부패 고리, 이회창 아들로 이어지는 권력 무책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여성밖에 없다 . 더구나 박근혜는 부패할 아들조차 없으니 말이다.
 사이버 컬럼니스트 이승훈은 여성대통령 박근혜에게 진보적 가치를 성급히 배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가 남성중심적 세계관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남성을 국가수장으로 상정해둔 사람들의 눈에는 어떤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서 눈을 돌려 미래를 바라보면 박근혜가 보인다. 과거를 바라보면 그는 없다. 나는 여성의 과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여성의 과거란 게 어디 온전히 여성책임의 과거였던가 ? 남성에 의해 상처받은 여성의 과거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려하는가? 그래서 나는 박근혜에게 아버지의 과거를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박근혜의 미래예측을 자신 있게 할 수 없다. 선거국면에서 내가 전제하는 그의 인기기반인 노년층이 나이가 들어 투표장에 못나올 수도 있고 영남당이 이겨야 한다는 지역정서 때문에 여자 이인제로 몰릴 수도 있다. 나는 그저 이회창이나 노무현을 아는 정도로 박근혜를 알뿐이다.
 정광모 김수자 제씨 외엔 별로 도와주는 여성도 없는 박근혜에게 여성적 관점의 관철도 그리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좋은 정치를 할 자질이 많다. 어떤 여성이든 정치권에 많이 진입시키면 남성보다는 낫다고 본다 . 여성이 진입하면 적어도 검은 양복부대의 의회 성비불균형이라도 조절된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할 게 뭔가 ? 남성들보다 턱없이 높은 윤리 도덕적 기준을 여성후보에 적용시키며 말로만 여성주류화 타령을 할 것인가 ? 아니면 여성후보를 격려하고 지원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치마만 두르면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우리지역에서 실천하고 있다.
 내겐 박근혜가 다른 후보 못지 않다는 확신은 있다. 객관적으로 여러 면에서 살펴보면 추미애 이미경보다 더 준비된 대통령 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 여성당을 만들어 그를 지원하고 정열과 용기와 자본을 댈 사람이 없는가?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각료 35%는 여성이 될 것을 장담한다. 또 대통령 노릇도 남성보다 훨씬 잘할 것을 확신한다. 진보냐 보수냐 말고도 여성이냐 아니냐 만으로도 후보선택의 변별성은 충분하다. 대한민국에서 여성 대통령의 선택은 곧 진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경우 여성들이 연대하기만 한다면 의외로 대통령 만들기는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범여성단체가 합의한 '여성이 여성을"이란 캐치프레이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에 말이다. 이런 혁명 한번만 해보면 여성의 연대학습은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