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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28 14:03
가슴에 담은 여행/임종옥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95  
                                          가슴에 담은 여행

                                                                                    임 종 옥

내가 여순 두 살이 되는 해였다.
가을이 되니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나는 기회만 있으면 말을 했다.
 “내 진갑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넘어가자. 그리고 선물 사 줄 돈 있으면 현금으로 주면 보태 가지고 아버지랑 같이 여행 가고 싶다.”
 내가 조금씩 준비했던 돈과 애들이 보태준 돈으로 큰마음 먹고 볼거리도 많고 가보고 싶었던 넓은 땅 미 서부로 갈 것을 결정했다. 로스엔젤레스, 그랜드캐년, 쏠벵, 라스베가스, 금문교를 보고 올 때 하와이를 들렀다 오는 8박 9일짜리를 선택했다. 마침 친한 친구 부부 몇 집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세상이 넓은 줄은 알았지만 그랜드캐년을 보고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쩜 이런 데가 있을까? 그 광활하고 기막힌 모습은 그 누구라도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내려오는 해안 도로 쏠벵,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무슨 말로도 표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문교 다리 밑 선착장 옆에는 큰 물범들이 수 백 마리가 앉아 있다.
 또 다른 곳, 라스베가스를 갔다. 밤이 되어 음악 분수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은은한 불빛에 흐느적거리는 분수가 춤을 춘다. 모두 숨을 죽이고 입만 벌렸다. 과연 라스베가스의 밤거리였다.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다. 들어가는 카지노 안마다 빙빙 돌아가는 판을 당기면 돈이 나온다는 게임기에 누구랄 것도 없이 앉아서 열중이다. 할머니들까지 천차만별이다. 참 요지경 세상이다.
 밤거리를 두루 돌다가 11시부터 라스베가스에 그 유명하다는 조명 쇼를 보려고 장소를 옮겼다. 부산 광복동 같은 길을 전부 높은 천장이 덮여 있는데 그 천장에는 온통 멋진 모양의 형광등 불빛이 형형색색의 그림으로 움직이며 은은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온통 불꽃 그림에 춤을 추고 있다. 수 많은 관중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주 선 사람과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나도 남편과 팔짱을 끼고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불야성을 이룬 밤이다.
 내일은 하와이로 간다. 여행은 여러 번 다녔지만 어느 때 누구와 어디를 갔던 여행보다도 이렇게 가슴 뿌듯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살림에 쪼들리고 더러는 싸워가며 살다가 사십년 만에 이렇게 멋진 여행을 할 줄이야. 정말 두고두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잊지 못할 여행이다.
 그런데 그 여행이 정말 잊지 못할 남편과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다섯 달인가 지나서 배가 좀 아프다고 병원에 간 사람이 간암 판정을 받았다. 그 날부터 잘한다는 병원, 좋다는 약 다 소용없이 육 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여행이다. 이별이 가까워지면서 왜 그 때 좀 더 즐겁게 보내지 못했을까. 남편과 팔짱 끼고 춤추던 그 생각.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껏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가슴에 남아있는 기분 좋은 추억이다.
다시는 올수 없는 그 때 그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