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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28 13:57
나의 초등학교 시절/박선자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22  
                                            나의 초등학교 시절

                                                                                            박 선 자

 나는 8살에 김해 동광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당시 선생님들은 거의가 일본 선생님 이였다. 학교에 가면 일본말을 해야 했다.
교문에 들어서면
“민나상 오하요 고자이마스”
그러고는
“사다꼬, 요디꼬, 마사고”
를 불러대며 공부가 시작된다.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다 발각되면 크게 벌 받았다. 수업을 마치고도
“사요나라” “사요나라”
외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남의 나라 말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하는 것 인줄 알고 하면서 지냈다.
 2차 대전 때라 물자가 귀해 공책은 똥종이, 필통은 양털필통. 쓰다보면 그것도 쭈그러져 잘 닫다지지도 않았다. 연필은 몽땅연필이 되어 다 닳도록 써야 했고, 잘 지워지지도 않은 지우개 연필은 나물 캐는 칼로 깎았다.
 신발이 귀할 때라 맨발로 다닐 때가 많았다. 돌길을 걷다가 아스팔트가 나오면 따가운 여름 햇볕에 발바닥이 너무 뜨거워 펄쩍 펄쩍 뛰기도 했고, 비 오는 날엔 개다를 신었지만 어쩌다 개다 끈이 떨어지면 들고 맨발로 다녀야 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검정 운동화 한 켤레를 사다 주셨다. 그걸 신고 다니는 날엔 내가 공주가 된 것 같기만 했었다.
 4학년이 되던 겨울, 학교에 큰 불이 나서 야외 공부를 많이 했다. 그리고 4학년이 끝날 무렵 해방이 됐다. 그 때는 9월이 신학기였다. 일본책이 다 없어졌다. 일본말도 사라졌다. 그때서야 우리들은 남의 나라 말과 글을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일본책을 다 버리고 못 보게 하셨다.
 나는 6학년이 되어 아버지가 장유 초등학교 교장으로 가시면서 전학을 하게 되었다. 동광초등학교는 4반까지 있었는데 장유초등학교는 남자 한 반, 남자여자 합반해서 한 반 그렇게 두 반이 있었다. 남자반은 1반, 합반은 2반이었다. 여학생은 30명이였다. 학생 수가 작아서 오붓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시골이라 3살, 4살 많은 동급생 언니들과도 같은 친구가 되었다. 그 중에 한 살 위가 제일 많았다. 하지만 다 친구라 집에서 제사를 지내면 떡을 갖고 와서 나누어 먹기도 하고 언니 같은 친구 집에 초대 받아 가면 손수 밥도 해주고 국수도 삶아 주었다. 시골이어서 그런지 참 친절하고 정다웠다.
 10월쯤인가 수항여행을 갔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갔다. 어머니가 경주 구경을 하고 싶다 하셨는데 학교에서 허락해서 함께 갔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갔다. 처음 기차를 타노라니 흥미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길가의 가로수가 훽훽 지나가고 큰 산도 금방 지나가 버렸다. 기차가 깜깜한 굴속에 들어가면 서로 꼬집고 단발머리를 쥐고 흔들어서 ‘아야 아야’ ‘누고 누고’ 소리 질렀다. 굴 밖으로 나오면 장난치던 친구들의 웃음소리에 아파 울던 친구들도 ‘하하 호호’ 웃었다.
 경주 관광을 하고 여관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놀다가 잘려고 불을 껐지만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밤새 장난을 치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렇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들은 졸업을 하고, 이사도 가고, 시집도 갔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은 다 흩어지고 우리는 가깝게 사는 열일곱 명이 함께 하며 계를 했다. 계모임을 한 지 40년이 되어간다. 흐르는 세월에 5명이 죽고 12명이 남아 지금도 매달 모인다. 21회 졸업하여서 21일 날이면 어김없이 모인다. 매달 만나도 반갑다. 얘기도 끝이 없다. 하지만 이제 허리가 아파서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친구가 나까지 다섯이다. 부산에서 김해로, 김해에서 부산으로 오가며 달마다 21일이면 꼭꼭 모인다.
 다리가 아파 절룩거리는 친구들은 5년은 더 만나질까? 걱정이 많다.
 “친구들아, 만나는 그 날까지 건강들 했으면 좋겠구나!”
 지팡이 짚고 다니는 나이기에 혼자 되뇌어본다.